학살2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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오월 어느 날이었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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일천구백팔십년 오월 어느 날 이었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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광주 일천구백팔십년 오월 어느 날 밤이었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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밤 12시 나는 보았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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경찰이 전투경찰로 교체되는 것을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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밤 12시 나는 보았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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전투경찰이 군인들로 교체되는 것을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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밤 12시 나는 보았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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미국 민간인들이 도시를 빠져나가는 것을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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밤 12시 나는 보았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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도시로 들어오는 모든 차량들이 차단되는 것을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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아 얼마나 음산한 밤 12시였던가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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아 얼마나 계획적인 밤 12시였던가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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오월 어느 날이었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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일천구백팔십년 오월 어느 날이었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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광주 일천구백팔십년 오월 어느 날 밤이었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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밤 12시 나는 보았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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총검으로 무장한 일단의 군인들을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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밤 12시 나는 보았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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야만족의 침략과도 같은 일단의 군인들을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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밤 12시 나는 보았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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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민족의 약탈과도 같은 일단의 군인들을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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밤 12시 나는 보았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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악마의 화신과도 같은 일단의 군인들을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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아 얼마나 무서운 밤 12시였던가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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아 얼마나 노골적인 밤 12시였던가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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오월 어느 날이었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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일천구백팔십년 오월 어느 날이었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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광주 일천구백팔십년 오월 어느 날 밤이었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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밤 12시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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도시는 벌집처럼 쑤셔 놓은 붉은 심장이었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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밤 12시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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거리는 용암처럼 흐르는 피의 강이었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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밤 12시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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바람은 살해된 처녀의 피묻은 머리카락을 날리고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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밤 12시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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밤은 총알처럼 튀어나온 아이들의 눈동자를 파먹고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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밤 12시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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학살자들은 끊임없이 어디론가 시체의 산을 옮기고 있었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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아 얼마나 끔찍한 밤 12시였던가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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아 얼마나 조직적인 밤 12시였던가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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오월 어느 날이었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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일천구백팔십년 오월 어느 날이었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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광주 일천구백팔십년 오월 어느 날 밤이었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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밤 12시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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하늘은 핏빛의 붉은 천이었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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밤 12시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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거리는 한집 건너 울지 않는 집이 없었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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밤 12시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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무등산은 그 옷자락을 말아 올려 얼굴을 가려 버렸고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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밤 12시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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영산강은 그 호흡을 멈추고 숨을 거둬 버렸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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아 게르니카의 학살도 이렇게는 이렇게는 처참하지 않았으리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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아 악마의 음모도 이렇게는 이렇게는 치밀하지 못했으리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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학살2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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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김남주 |
