공항으로 가는 길은 한산했다. 기사가 운전해 가는 차안에서 간격을 두고 심어져 있는 가로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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수들을 보았다. 너무나 정확한 간격과 똑같은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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키와 가지들 푸른 잎새들은 마치 출근길 사람들의 모습 같았다. 똑같은 정장에 서류를 넣은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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가방을 들고 무표정한 얼굴들을 하고 회사로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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가는 사람들처럼 말이다. 그 사람들도 자세히 살펴보면 시간에 쫓기는 듯한 표정들 아침부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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터 즐거운 일이 생길 것 같은 표정들 회사에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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가기 싫은 표정 등등 여러 가지 표정들을 하고 있다. 지금 스치듯 지나가는 가로수들도 자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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세히 본다면 제각각 뻗은 가지 손들이 있고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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누가 더 무거운 잎들을 들고 있는 지 경쟁하듯 덮여 있는 모습들도 다 다르게 보인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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항상 바쁘게 살아야 하는 보희에게는 지금 시간이 쓸데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생각들을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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할 여유란 것이 있어서 좋았다. 혜성 그룹에서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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일년 째 일하고 있는 그녀는 물론 이 일말고도 할 일은 태산이었지만 회장 비서실에서 막내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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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기 때문에 해야 하는 일이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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일이란 것이 회장의 둘째아들이 캘리포니아에서 박사 학위를 따고 이번에 완전히 돌아오는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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데 공항에 가서 그녀보고 모셔 오라는 일이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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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렇다고 자존심이 상하거나 하지는 않았다. 어렵게 대학을 졸업하고 대기업 비서 자리에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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취직되었고 일년이지만 뭐든지 빨리 배우는 성격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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때문인지 그녀의 실력을 인정받고 있어서 그냥 하나의 과정이려니 생각할 뿐이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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한 번도 본 적이 없는 회장의 아들이 어떻게 생겼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다. 회장의 외모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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를 생각하니 그 둘째 아들도 외모는 영 아닐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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것 같았다. 회장은 160cm의 짧달 막한 키에 둥글둥글한 체형이었고 얼굴도 동그란데 머리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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까지 대머리였다. 표정은 욕심이 하나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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가득이었다. 뭐 부모의 피를 똑같이 닮을 수는 없지만 첫째 아들인 황용민 상무는 정말 똑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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같이 생겼고 막내딸은 어머니를 닮아서 인지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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귀엽고 예쁘장하게 생긴 외모였다. 옛 말에 아들은 아버지를 닮고 딸은 어머니를 닮는다고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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했는데 성격말고 외모도 그런가 보다 생각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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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런 생각을 하자 고약한 성미의 아들이 연상되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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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런저런 생각을 하니 벌써 공항 안으로 진입했다. 옷매무새를 만질 시간도 없이 부랴부랴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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차에서 내렸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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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김기사님, 금방 나올 테니까 딴데 주차하지 마시고 저쪽에서 대기해 주세요.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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말하면서 보희는 달리기 시작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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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도 그럴 것이 이미 비행기는 도착했을 것이다. 지연이 되지 않은 이상. 회사에서 출발하고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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얼마 가지도 않아 시내에서 접촉 사고가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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생긴 것이었다. 물론 양방에 책임이 있었지만 30분의 실랑이 끝에 해결을 보았다. 그래서 결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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국 15분이 늦어 버렸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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기다리다 가족 내력처럼 화가 나서 그녀에게 불똥이 튈까 봐 걱정이었다. 잘잘못을 따지기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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도 전에 불호령부터 내는 회장의 성격을 본다면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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역시 가족인 그 아들도 똑같은 행동으로 그녀에게 화를 낼 걸 같았다. 뛰어도 좁은 치마 때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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문에 뛰는 게 쉽지가 않았다. 차라리 바지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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정장을 입을 걸 하고 후회되기 시작했다. 이런 일이 생길 줄 알았다면 말이다. 에스컬레이터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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를 날 듯이 뛰어 올라 갔다. 평일이라도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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사람들이 만만치 않게 있었기 때문에 앞의 사람들에게 연신 ‘실례합니다.“를 해야 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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숨을 헐떡이며 출국 장소로 가서 전광판을 보니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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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미 비행기는 들어 왔다. 그것도 5분 빨리 20분전에 말이다. 평소엔 그렇게 시간이 제각각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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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더니 오늘 따라 일찍 착륙했다는 생각에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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괜히 비행기 기장에게 화가 났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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허탈한 생각으로 플랜카드를 들고 주위를 두리번거리면서 다른 장소로 가려고 한 걸음 뒤로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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물러났다. 뭔가 단단한 물체에 부딪힘과 동시에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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등이 뜨거웠다. 그녀의 입에서는 비명이 손은 착 달라붙어 뜨거운 옷을 들어내느라 난리였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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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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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앗 뜨거워!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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고개를 홱 돌려보니 그 물체였던 건장한 남자 또한 새하얀 니트에 갈색으로 얼룩이 진 앞섬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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을 들어 올리느라 난리였다. 그가 고개를 들어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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올리며 그녀와 눈이 마주쳤지만 화가 난 기색은 없어 보였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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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녀는 미안한 생각보다 정말 멋지다는 단어밖에 머리 속에 떠오르지가 않았다. 너무나 큰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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키였다. 그녀보다 20cm는 클 것 같았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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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리고 적당히 그을린 피부와 날카롭지만 너무나 검고 깊은 눈망울이 그녀의 마음을 설레이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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게 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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갑작스런 그런 생각을 날려 버리듯 그녀가 더듬거리며 사과에 나섰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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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어머, 정말 죄송해요. 뒤에 누가 있다고는 생각도 못하고...세탁비를 드리겠습니다. 아니면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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옷값을 배상해 드릴께요.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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옷은 딱 보기에도 만만치 않은 가격으로 보였다. 그녀가 핸드백에서 지갑을 꺼내려 하는데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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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의 손이 그녀의 손을 잡았다. 순간의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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느낌이란 전기가 통한 느낌이랄까, 절대 정전기는 아니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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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네? 왜...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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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가 그녀의 말을 잘랐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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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“세탁비는 됐고 커피나 한잔 |
