슬픔에게 안부를 묻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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詩:류시화★낭송:이화영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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(((사하라영상)))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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너였구나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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나무 뒤에 숨어 있던 것이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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인기척에 부스럭거려서 여우처럼 나를 놀라게 하는 것이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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슬픔, 너였구나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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나는 이 길을 조용히 지나가려 했었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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날이 저물기 전에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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서둘러 이 겨울 숲을 떠나려고 했었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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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런데 그만 너를 깨우고 말았구나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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내가 탄 말도 놀라서 사방을 두리번거린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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숲 사이 작은 강물도 울음을 죽이고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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잎들은 낮은 곳으로 모인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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여기 많은 것들이 변했지만 또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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하나도 변하지 않은 것이 있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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한때 이곳에 울려 퍼지던 메아리의 주인들은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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지금 어디에 있는가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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나무들 사이를 오가는 흰 새의 날개들 같던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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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 눈부심은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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박수 치면 날아오르던 그 세월들은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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너였구나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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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 길 처음부터 나를 따라오던 것이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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서리 묻은 나뭇가지를 흔들어 까마귀처럼 놀라게 하는 것이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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너였구나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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나는 그냥 지나가려 했었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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서둘러 말을 타고 이 겨울 숲과 작별하려 했었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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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런데 그만 너에게 들키고 말았구나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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슬픔에게 안부를 묻다/이화영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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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이화영 |
