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맙소사! 여기서 그를 보게 되다니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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비록 오래 전에 단지 한번 그를 만난 것뿐이었지만, 그의 모습은 새미의 가슴 깊은 곳에 각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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인 되어 지워지지 않았다. 어디서든 첫 눈에 알아볼 수 있는 저 얼굴 선과 유연한 몸의 움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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직임... 그가 틀림없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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오늘은 자사제품을 뉴그린 백화점에 납품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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입사한지 석 달도 되지 않은 새미는 그녀에게 프리젠테이션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을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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때 믿어지지 않았다. 최선을 다하여 꼭 납품하고 말리라 다짐했지만, 그를 본 순간 어디론가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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달아 나고 싶은 심정이 새미를 압도했다. 그가 뉴그린 백화점의 품평회 심사위원일 줄은 상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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상도 못 했는데. 어떡하지..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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새미는 긴 생 머리를 한 올도 빠짐없이 위로 올리고 유명 디자이너의 고급스런 아이보리 정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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장 으로 세련되고 당당한 모습을 연출하고 있었다. 쉽게 다가서기 어려운 차가운 외모 아래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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숨겨 있는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우아함과 자신감이 돋보이는 그녀였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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하지만 그를 본 순간 5분전의 자신감은 어디론가 자취를 감추고, 지금 그녀는 금방이라도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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무너 질 듯 하얗게 질려가고 있었다. 심장박동이 터질 듯 빠르게 뛰고 호흡이 점차 거세졌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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다. 생각을 가다듬기 위해 어렵게 숨을 들이켜도 보았지만 땅이 회전하기라도 한 듯 눈앞이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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뿌옇게 변하고 온 몸이 바들바들 떨려 서 있기조차 힘들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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뉴그린 백화점의 심사위원은 새미의 라이벌 팀인 US의 의상을 심사하고 있었다. 다음이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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(주)피 오레의 대표로 와 있는 새미의 차례였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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드디어, 심사위원들이 새미의 앞에 서며 피오레의 의상을 살펴보기 시작했다. 서류를 들고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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있는 금테 안경을 쓴 까다로워 보이는 중년의 심사위원이 질문을 던졌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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"피오레라.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회사군요. 음.. 베이직은 괜찮고. 주로 타겟으로 잡고 있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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는 층 은?"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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"예. 저의 피오레는 ..."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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새미는 심사숙고하여 선택해 가져온 샘플 중 하나를 들었다. 애써 호흡을 가다듬고 제품의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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특 성을 자세히 설명하며, 밤새 준비해 온 말을 읊기 시작했다. 그러나 여전히 반쯤 얼어 자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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신이 제대로 답변을 하고 있는지 의식 할 수 없었다. 단지 시간이 지나 이 자리를 피할 수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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있기만 기 도했다. 그가 자신을 알아볼까 감히 그가 서있는 쪽으로는 시선조차 돌리지 못했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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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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하지만 새미의 걱정과는 달리 그는 그녀에게 눈길도 주지 않은 채, 피오레의 의상만 세심하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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게 살피고 있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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잠시 후 심사위원들이 멀어져갔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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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사진들이 지나가자 새미는 그때서야 한 숨 돌리며 그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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길을 지나가면 누구나 한 번은 뒤돌아볼 큰 키와 넓은 어깨, 좁지만 탄탄한 힙. 그가 입고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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있는 양복은 일류 디자이너가 그만을 위해 특별히 제작한 것처럼 카리스마와 그의 독특한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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섹시함을 한껏 살리고 있었다. 그는 마치 악마의 화신인 양 온 몸에서 남성미를 내뿜으며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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사라지고 있었 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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5년 전, 단 몇 초만에 새미의 이성을 앗아갔던 매력은 아직도 변함이 없었다. 새미는 멀어져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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가 는 그를 보면서 여전히 미친 듯이 떨고 있는 자신의 나약함을 저주했다. 괜히 나만 걱정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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한 건 가. 날 못 알아보다니. 그럴 만도 하지. 겨우 하룻밤뿐인걸. 강석민..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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새미는 그의 아파트를 도망치듯 나온 5년 전 그날 밤으로 기억을 더듬어 본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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5년 전, 새미는 갓 스무 살이 넘은 전문대 의상학과 졸업반이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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집안 형편으로 원하던 학교는 포기하고 온 학교였지만 그토록 바라던 디자인 공부를 할 수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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있 다는 열정으로 오직 학과 공부에만 매달렸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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다른 친구들은 미팅, 술등을 즐기면서 고등학교 때 못해 본 일에 매력을 느꼈지만 새미는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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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런 유혹에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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흔들리지 않았다. 아니, 흔들릴 시간이 없었다는 것이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. 학업과 아르바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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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 트만으로도 시간이 부족했고, 앞으로의 취직문제만으로도 정신이 없었던 것이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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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 날은 가장 친한 친구인 주희의 생일이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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친구들과 함께 모여 파티를 가졌다. 시간이 흐른 후 분위기가 무르익자 나이트로 장소를 옮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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겼 다. 주희는 그냥 집에 가겠다는 새미를 고리타분하게 산다고 놀리면서 억지로 끌고 갔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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입학 식 날에 있었던 과 모임 행사 때 와보고 처음인 곳이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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술을 좋아하지 않는 새미였지만 친구들의 부추김과 그 동안 쌓인 스트레스로 벌써 여러 잔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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의 술을 마셨다. 화려한 조명과 신나는 음악에 반쯤 취해있던 새미는 옆 테이블에서 누군가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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자신 을 쳐다보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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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 눈빛을 떠올리면 새미는 아직까지도 몸을 떤다. 자신의 내면을 들킨 듯한 두려움마저 일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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정 도로 강렬하게 이글거리는 눈빛이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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새미는 그의 눈길을 피하는 것은 생각도 못한 채 멍하니 앉아있었다. 덫에 걸린 것처럼 그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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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눈빛 에 꼼짝 � |
