어둠이 깔리고 달빛이 구름에 가리면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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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극장은 막막한 시간 속에 잠기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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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하아 숨통을 조여오는 야만의 환영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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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텅 빈 극장 텅 빈 화면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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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무너진 꿈의 공장, 야만의 환영이여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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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그 모든 게 어제 일 같군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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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제국의 전쟁은 막바지에 이르러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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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굶주린 조선의 백성들은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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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마지막 쌀 한 톨까지 빼앗기고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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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소년과 소녀들은 어디론가 끌려가서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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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영영 돌아오지 않았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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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견딜 수 없는 공포와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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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씻을 수 없는 치욕 속에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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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난 영화를 만들었지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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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끔찍한 세상을 엿 먹일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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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진정 끔찍한 영화를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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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그러나 피맺힌 한은 육체를 얻어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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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우리 앞에 사지를 드러내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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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극장은 화염 지옥으로 변하고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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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오직 나만이 살아남아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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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평생 스스로를 저주하며 살았노라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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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극장은 저주 속에 침몰하고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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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내 운명도 그와 함께 끝이 나겠지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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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아무도 찾지 않는 꿈의 폐허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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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넋을 잃은 혼령들의 무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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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귀를 찢는 아우성만이 내 귓가에 가득해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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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야만의 환영
| | 천호진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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