모두 우산을 쓰고 횡단보도를 지나는 사람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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탑골공원 담장 기와도 흠씬 젖고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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고가 차도에 매달린 신호등 위에 비둘기 한 마리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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건너 빌딩의 웬디스 햄버거 간판을 읽고 있지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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비는 내리고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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장마비 구름이 서울 하늘 위에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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높은 빌딩 유리창에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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신호등에 멈춰서는 시민들 우산 위에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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맑은 날 손수건을 팔던 노점상 좌판 위에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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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렇게 서울은 장마권에 들고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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다시는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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다시는 종로에서 깃발 군중을 기다리지 마라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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기자들을 기다리지 마라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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비에 젖은 이 거리 위로 사람들이 그저 흘러간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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흐르는 것이 어디 사람 뿐이냐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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우리들의 한 시대도 거기 묻혀 흘러간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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워, 워.....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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저기 우산 속으로 사라져 가는구나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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입술 굳게 다물고 그렇게 흘러가는구나, 음....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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비가 개이면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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서쪽 하늘부터 구름이 벗어지고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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파란 하늘이 열리면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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저 남산 타워 쯤에선 뭐든 다 보일게야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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저 구로 공단과 봉천동 북편 산동네 길도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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아니, 삼각산과 그 아래 또 세종로 길도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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다시는,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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다시는 시청 광장에서 눈물을 흘리지 말자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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물 대포에 쓰러지지도 말자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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절망으로 무너진 가슴들 이제 다시 일어서고 있구나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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보라, 저 비둘기들 문득 큰 박수 소리로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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후여, 깃을 치며 다시 날아오른다 하늘 높이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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훠이, 훠이... 훠이, 훠이..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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빨간 신호등에 멈춰 섰는 사람들 이마 위로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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무심한 눈빛 활짝 열리는 여기 서울 하늘 위로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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한무리 비둘기들 문득 큰 박수 소리로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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후여, 깃을 치며 다시 날아오른다. 하늘 높이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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훨, 훨, 훨....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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92년장마,종로에서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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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정태춘 |
