황사 가득한 날 오후 숨이 가쁜 언덕길로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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리어커를 끌고 가는 할머니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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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 할머니 치일듯 언덕 아래로 쏜살 같이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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내달려 오는 오토바이 김씨에게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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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보오, 천국 가는 길이 어디요,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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언덕 너머 세상이 거긴가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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여길 나가는 길이 어디요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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할머니, 나도 몰라요 음, 음..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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부대찌개 점심 먹고 스타벅스 커피 한 잔 씩 들고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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LG 현관 앞에 서 있는 사람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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테헤란로 태극기 아래 붉은 머리띠를 두르고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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읏샤, 읏샤 데모하는 사람들에게 김씨가 묻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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여보세요, 새로운 세기가 어디요,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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21세기로 가는 길이 어디요,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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여길 나가는 길이 어디요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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동지여, 나도 몰라요 음, 음..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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선릉, 삼성역을 지나, 어둔 터널을 길게 지나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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올림픽 공원 역으로 몰려가는 사람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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문정동 로데오를 들러 뒷구정에서 닭갈비를 먹고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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신척역에서 지하철을 타는 어린 연인들에게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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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봐, 너흰 청담, 압구정으로 가보거라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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거기 천국 입구로 가보거라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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행여 경륜장으론 따라오지 말고..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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아저씨, 우린 돈이 없어요 음, 음..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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잠실 주공 아파트 회색 세멘트 단지를 지나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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멀리 성남으로 내달리던 김씨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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롯데월드 어드벤쳐 호수 자이로드롭에 높이 올랐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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비명 지르며 떨어지는 사람들에게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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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보오, 천국 가는 할머니를 보았나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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끌려 가는 데모대를 보았나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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여길 나가는 길을 보았나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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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만 그만, 묻지 마세요 음, 음..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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굴러 떨어지는 리어카를 보았나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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절망하는 사람들을 보았나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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여길 나가는 길을 보았나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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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저 혼자 하는 말이야 음, 음..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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부자들의 천국을 보았나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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빈자들의 지옥을 보았나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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쉬 쉬 하는 사람들을 보았나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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괜히 혼자 하는 말이야 음, 음..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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오토바이 김씨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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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정태춘 |
