진혼가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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총구가 내 머리 숲을 헤치는 순간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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나의 신념은 혀가 되었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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허공에서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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허공에서 헐떡거렸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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똥개가 되라면 기꺼이 똥개가 되어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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당신의 똥구멍이라도 싹싹 핥아 주겠노라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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혓바닥을 내밀었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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나의 싸움은 허리가 되었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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당신의 배꼽에서 구부러 졌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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노예가 되라면 기꺼이 노예가 되겠노라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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당신의 발밑에서 무릎을 꿇었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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나의 신념 나의 싸움은 미궁이 되어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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심연으로 떨어졌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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삽살개가 되라면 기꺼이 삽살개가 되어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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당신의 발가락이라도 핥아 주겠노라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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더 이상 나의 육신을 학대 말라고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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하찮은 것이지만 육신은 유일한 나의 확실성이라고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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나는 혓바닥을 내밀었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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나는 무릎을 꿇었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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나는 손발을 비볐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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나는 지금 쓰고 있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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벽에 갖혀 쓰고 있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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여러 고을이 쑥밭이 된 것도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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여러 집이 발칵 뒤집힌 것도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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서투른 나의 싸움 탓이다라고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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사랑했다는 탓으로 애인이 불려 다니는 것도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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숨겨 줬다는 탓으로 친구가 직장을 잃은 것도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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어슬픈 나의 신념 탓이다라고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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모두가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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모든 것이 나 때문이다라고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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나는 지금 쓰고 있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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주먹밥 위에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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주먹밥에 떨어지는 눈물위에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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환기통위에 뺑끼통위에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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식구통위에 감시통위에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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마루 바닥에 벽에 천장에 쓰고 있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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손가락이 부르트도록 쓰고 있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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발가락이 닳아지도록 쓰고 있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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혓바닥이 쓰라리도록 쓰고 있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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공포야말로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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인간의 본성을 캐는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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가장 좋은 무기다 라고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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진혼가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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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김남주 |
