사람들은 손을 들어 가리키지 높고 뾰족한 봉우리만을 골라서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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내가 전에 올라가봤던 작은 봉우리 얘기 해 줄까?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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봉우리..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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지금은 그냥 아주 작은 동산일 뿐이지만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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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래도 그때 난 그보다 더 큰 다른 산이 있다고 생각진 않았어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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나한테는 그게 전부였거든..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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혼자였지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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난 내가 아는 제일 높은 봉우리를 향해 오르고 있었던 거야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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너무 높이 올라온 것일까?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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너무 멀리 떠나온 것일까?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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얼마 남지 않았는데..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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잊어버려! 일단 무조건 올라 보는 거야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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봉우리에 올라가서 손을 흔드는 거야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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고함도 치면서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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지금 힘든 것은 아무 것도 아냐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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저 위 제일 높은 봉우리에서 늘어지게 한 숨 잘텐데 뭐..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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허나 내가 오른 곳은 그저 고갯 마루였을 뿐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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길은 다시 다른 봉우리로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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거기 부러진 나무 등걸에 걸터 앉아서 나는 봤지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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낮은 데로만 흘러 고인 바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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작은 배들이 연기 뿜으며 가고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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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봐 고갯마루에 먼저 오르더라도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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뒤돌아서서 고함치거나 손을 흔들어 댈 필요는 없어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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난 바람에 나부끼는 자네 옷자락을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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멀리서도 똑똑히 알아볼 수 있을 테니까 말야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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또 그렇다고 괜히 허전해 하면서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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주저 앉아서 땀이나 닦고 그러지는 마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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땀이야 지나가는 바람이 식혀 주겠지 뭐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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혹시라도 어쩌다가 아픔 같은 것이 저며올 때는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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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럴땐 바다를 생각해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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바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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봉우리란 그저 넘어가는 고갯마루일 뿐이라구..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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하여 친구야 우리가 오를 봉우리는 바로 지금 여긴지도 몰라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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우리 땀 흘리며 가는 여기 숲속의 좁게난 길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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높은 곳에 봉우리는 없는 지도 몰라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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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래 친구야 바로 여긴지도 몰라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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우리가 오를 봉우리는..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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우리가 오를 봉우리는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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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양희은 |
