♣ 울리는 친구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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-이인석 시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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대학부속병원서 퇴원하던 날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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물끄러미 보던 그 사나이는 옥살이한 독립투사 같다고 했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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나는 웃지도 못하고 누렇게 뜬 그 친구 얼굴을 바라보았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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내 본시 언제는 그랬을까마는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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더구나 입원 중에는 손금만치도 나라 생각한 바 없는데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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왜 그런 당치않은 말을 했을까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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퇴원하며 하늘을 쳐다보다가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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눈이 부셔 고개를 숙였을 뿐인데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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병원 뜨락에 핀 이름 모를 꽃이 아름다워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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산다는게 얼마나 좋은 일이냐고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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잠시 바라다본 것 뿐인데 왜 그런 엉뚱한 말을 건네었을까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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야윈 손을 잡으며 친구야 어째서 묻지 않았는가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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무엇을 더 보려고 병든 눈을 수술했느냐고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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한 눈을 감은 채 한 눈만 뜨고 살겠다던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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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 오랜 고집과 오만은 어디 갔느냐고…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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나머지 눈마저 병들어 실명에서 벗어나려 한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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나의 동물적인 욕구를 어째서 외면한 채 그런 말이 했던가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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지금은 볼 수 없는 독립투사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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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적극을 바라는 시정 얼마나 간절해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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환자를 붙들고 그런 실수 했을까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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허리 꺼꺼부정한 사나이야 문득 나는 휘청거리는 발길 멈춰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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바람에 구르는 민들레를 접어들었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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견고한 콘크리트 바닥 아무데도 뿌리내릴길 없는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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너무나도 그 친구를 닮은 민들레를 집어 들고 가슴이 메었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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하늘을 볼 수 없는 퇴원길에서…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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울리는 친구 (시인: 이인석)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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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유강진 |
