사랑은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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평범한 연인들처럼 팝콘을 나누어 먹으며 영화를 보고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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고속버스의 호젓함과 기차의 떠들썩함을 즐기며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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하룻동안의 여행을 떠나기도 했습니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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어딘지도 모르는 곳에서 노을을 바라보며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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쓸쓸함의 석양을 본다던 어린왕자의 흉내도 내보고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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언젠가 없어질 거라던 협괴열차도 타며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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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 기분 그대로 첫눈오는날 만나자는 약속도 했습니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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우린 참 많은 얘기를 나누었습니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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고양이 세수를 한다는 얘기에 얼굴을 찌푸리며 나무라기도 했고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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수염이 잘 안나 일주일에 한번씩밖에 면도를 안한다는 말에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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남자도 아니라며 웃음을 참지못했던 적도 있습니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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사랑은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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하지만 당신과 하고 싶었던 일이 더 많았습니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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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어폰을 한쪽씩 나누어 낀채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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안장이 두개인 자전거를 같이 타고 싶었고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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지난밤 술이 덜깬 당신을 위해 해장국을 끓이며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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무슨술을 그렇게 많이 먹었냐는 투정도 하고 싶었습니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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여름이면 등목을 해주고 싶었고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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늦저녁부터 눈이 온 겨울날이면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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당신을 위해 대문앞 골목을 쓸고 싶었습니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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가장 아끼는 옷을 입고 시장어귀 사진관에서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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사진을 찍고 싶었습니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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사진관 주인은 어쩌면 참 행복해 보인다는 이유로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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우리 사진을 진열장에 전시할 지도 모르죠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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토라지기도 하고 다투기도 하고 화해하기도 하고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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몇번씩 헤어지기도 하면서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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사랑을 튼튼하게 키워가는 상상도 했습니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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당신과 하고 싶었던 일이 참 많았습니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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하지만 아쉽지 않습니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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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 시간은 내가 지내왔던 많은 날중에서 가장 행복했고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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소중했던 시간이였으니까요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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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래서 생각만으로도 웃음지어지는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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상상만으로도 가슴이 떨려오는 아름다운 시간이였으니까요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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사랑은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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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황수정 |
