그 남자...♂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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어제 그런 일이 있은 후에... 그녀와 완전히 헤어진 후에..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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사실 먼 곳으로 떠나고 싶었지만... 시간도, 돈도..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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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래서 가까운 곳으로 여행..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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여행은 아니네요... 그냥... 서울이 아닌 곳으로 왔습니다..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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한시간만 달려도 이렇게 조용한 세상이 있었다는 게 참 놀랍습니다..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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뭐든 그런가보죠???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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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 중심에 있을 땐 다른 세상이 있을 것 같지 않은 거..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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내가 살아가는 도시도,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도..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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사람들은 모두 논밭에서 바쁜 오후... 훔쳐갈 것 하나 없어 보이는 시골집..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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마당 한켠에서 잔등에 볕을 쬐고 있는 누렁이 한마리..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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바쁜 농사일에 개밥 챙기는 것도 잊었는지..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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물기마저 말라버린 누렁이의 밥그릇에 물 한바가지를 부어주며 그 앞에 마주 앉아서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집니다..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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"너도 나도 훔쳐갈새라 지킬 것 하나가 없구나... 너 몇살이니...? 군대는 갔다 왔니...?"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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붙잡을 수도, 원망할 수도, 매달릴 수도... 아무런 여지도 남아있지 않은 내 사랑..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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대문도 없는 시골집... 끼니도 거른 채 그 마당을 지키는 까만 눈의 누렁이 한마리..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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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 여자...♀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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강남역 사거리..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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주차장처럼 길게 늘어선 자동차들..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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내가 탈 버스를 기다리다 기다리다 목을 빼어 돌아보다 돌아보다 문득 떠오른 질문 하나..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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내가 지금 기다리고 있는 게 정말 버스였던가...?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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무릎이 탁 풀려 정류장에 주저앉으면 내 구부러진 등뼈 위로 쏟아지는 햇살, 햇볕..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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마치 누군가의 더운 손이 내 등을 어루만지듯..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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메스꺼림을 가라앉혀 가늘게 눈을 뜨면 여전히 움직이지 않는 버스들..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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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렇게 쪼그려 앉아 있으면 시간도 퇴근길 버스처럼 영원히 멈출 것만 같은데..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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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래도 신호가 바뀌면 기어가듯 뒤로 가듯 움직거리는 자동차들..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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몸을 일으켜 저린 다리를 절뚝대며 버스를 향해 걸어갑니다..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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어제까지는 오래오래 정체되어 있던 낡은 우리 사랑..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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어제까지는 서로에게 매연을 내뿜던 못된 우리 사랑..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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하지만 오늘부턴 움직여야 하니까..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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막혀도, 느려도, 멀미가 나도... 각자의 노선을 따라 움직여야 하니까..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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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미 어제는 어제로 끝났으니까..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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2004.10.06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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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음악도시 |
